공지사항

국회 조세소위서 여야 합의…2030 민심·표심 추종부동산 양도세 비과세 12억 완화도…정부 '눈 질끈'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11.5/뉴스1(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당초 내년 1월1일이었던 가상자산 과세 기준 시점이 오는 2023년으로 1년 미뤄진다. 과세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국회 상임위 여야가 관련 법안을 본회의에 넘기기로 했다.이와 함께 여야는 부동산 양도세를 내지 않는 1세대 1주택자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에도 뜻을 모았다.모두 정부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사안이다.30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전날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의결된 개정안은 30일 전체회의와 법사위 심사를 거쳐 12월 초 본회의에 상정되고 최종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2030 세대 초미의 관심사였던 가상자산 과세의 경우, 개정안은 가상자산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정부안을 유지했다. 이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사고팔아 낸 수익은 기본 공제 금액 250만원을 빼고 세율 20%를 적용한다.이에 앞서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 수익을 2023년부터 신설되는 세목인 '금융투자소득세'에 포함해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금융투자소득세는 정부가 여기저기 흩어진 주식·펀드·파생상품 등 세제를 하나로 묶어 만든 것이다. 이 세목 아래서는 대주주나 소액주주 구분 없이 금융상품 거래 등으로 얻은 이익과 손실을 총합산해 기본 공제 5000만원이 넘는 차익의 20~25%를 양도소득세로 낸다.하지만 여야는 가상자산 차익을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치는 대신, 정부안을 유지했다. 이는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6일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단순 무형자산이고 금융투자소득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 금융 자금이라 두 자산은 성격이 다르다"라며 "주요 20개국(G20) 등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이어 "복권 당첨금 같은 기타 무형자산에 대한 기본공제는 모두 250만원이다. 유일하게 금융투자소득만 5000만원까지 파격적인 공제를 해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가격이 실물 기업의 성과와 연동되면서 기업에 도움을 주는 주식 등 기성 금융상품과, 뚜렷한 가치 평가가 덜 이뤄졌고 아직 제도화가 미비한 코인은 서로 같게 볼 수 없단 뜻으로 풀이된다.일단 여야는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 같은 홍 부총리의 주장을 들어줬다.2021.11.9/뉴스1반면 여야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 만큼은 홍 부총리가 반대하는 '유예'를 밀어붙였다.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가 아직 미비하다는 주장과, 가상자산 투자에 청년층이 대거 몰려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면서다.홍 부총리는 정치권의 과세 유예 논리에 수차례 반대 주장을 펼쳐 왔다. 그는 지난 10일에는 "작년에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법도 통과시켜 주고 합의가 다 된 것을 1년 뒤에 와서 정부 보고 하지 말라면 (어쩌나)"라고 항변하기도 했다.또 그간 정치권은 정부의 과세 준비 수준이 미흡하다고 공격해 왔지만, 홍 부총리는 정부 인프라에는 문제가 없다고 계속해서 해명했다. 그는 지난 8일 기재위에서 '정부의 세금 징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데 자신 있느냐'는 질의에 "자신 있다"고 단박에 대답했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안 처리는 여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내린 정치적 결정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정치권이 2030 세대의 분노와 표심을 읽었기에 정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에 맞는 대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사실 가상자산을 실질 가치를 지닌 투자 상품으로 봐야 하는지는 사회적으로 이견 대립이 첨예한 문제다. 일단 국회의 이번 결정은 가상자산을 '미술품'과 같은 기타소득의 원천으로 분류하자는 정부 시각을 유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과세 유예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부정적 선례라는 비판이 존재한다.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세 유예 주장은 대선 앞 젊은 MZ세대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매우 좋지 않은 선례이지만 기재부만으로는 당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반면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나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에서의 과세는 적절치 않으므로 미뤄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고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의 성격과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한 '투자'가 어렵고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가상자산에는 세금을 매길 만한 실질 가치가 없기에 과세 유예는 굳이 따지자면 필요한 조치라는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을 (가치를 지닌) 자산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과세를 유예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아울러 여야는 같은 날 부동산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도 처리해 기재위 전체회의로 넘겼다. 이 역시 홍 부총리가 "신중한 입장"이라면서 반대를 내비친 사안이다.결국 이번 소위에서 홍 부총리는 1승 2패를 기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가상자산 수익의 기타소득 분류만을 방어했다.